일산노래방, ‘너의 모든 순간’을 부르던 그 밤

시작은 조용한 반주 한 소절이었다

기분 좋은 저녁이었다.
술도, 친구도, 대화도 모두 충분했는데
왠지 모르게 한 곡이 떠올랐다.

정말 오랜만에 듣고 싶었던 노래,
“너의 모든 순간.”

그날의 마지막 장소는
자연스럽게 일산노래방이었다.

복도 끝방.
조도는 낮았고,
반주는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.

마이크는 흔들림 없고,
소리는 울림 없이 가슴 안쪽으로 닿는다.

노래방인데,
왜 이렇게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일까.
익숙한 조명, 익숙한 음향.

불필요한 설명은 없었다.
보조형 매니저 설정,
조용한 공간을 위한 사전 세팅.

“말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”이 있다는 게
이렇게 편안한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.

소리는 흔들렸지만,
기억은 또렷하게 따라왔다.

한 줄 한 줄 부를수록
내 안의 감정이 묻어나왔다.

노래방이란 공간에서
이런 느낌이 가능하다는 게
신기하면서도 따뜻했다.

노래가 끝났지만
공간의 여운은 남아 있었다.

퇴실을 준비하며 마이크를 내려놓는 순간까지
그 조용한 감각은 이어졌다.

픽업 차량이 조용히 도착했고
차 안에서 듣던 음악은
방금 불렀던 그 노래의 연주 버전이었다.

그 밤,
그 공간,
그 노래는 지금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다.

가끔은
그날의 기분을 정리해주는 건
사람도, 말도, 분위기도 아닌
한 곡의 노래다.

그 노래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.
그 공간이 바로 일산노래방이다.